스펙쌓기 그리고 영국생활

스펙..

“저만의 장소”에서 잡지를 보다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실제 읽던 기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 특히나 요즘들어 많은 고생을 낳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쉽게 생각해도 알 수 있듯 스펙은 영어단어의 줄임말이지요. 물론 영어사전에는 없고, 국어사전에도 없습니다. 다만 일종의 인터넷 사전인 위키페디아(한글판)와 네이버과 역시 위키(한글판)에 의하면 2004년부터 국립국어원 신조어에 등록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언론에 등장한 스펙의 용례로 보면 (뉴스메이커.2004.12.10)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외적 조건의 총체”라고 설명을 해놓았다고도 하네요.

스펙1

스펙2

<영어판에는 "스펙"의 뜻이 나와있지 않죠>

스펙3

사전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중요한 건 스펙의 뜻 그 자체보다는 그 함의일텐데요. 이른바 스펙은 한국에서 한 사람을 판단하는 “단층적인 기준”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가지 스펙을 “단층”이라 부른 이유는 스펙을 통해 한 사람의 능력을 “한 줄로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람의 평가는 그렇게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최소한 취업이라는 조건이나 한국의 현재 조건에서 스펙은 거의 만능에 가까운 “평가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단층적이다” 혹은 “단일기준이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펙쌓기를 단순히 생각하면 학벌,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등의 여러가지 능력을 얼마만큼 쌓았느냐, 익숙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스펙쌓기의 문제는 항상 “스펙 그 자체”보다는 “남들보다” 얼마나 차별성을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Death Race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눈에 보이는 승자와 패자가 만들어지는 무한경쟁 말이지요.

어학연수와 유학, 좀더 구체적으로는 영국어학연수와 영국유학을 전문으로하는 영국전문 유학원을 운영하면서 이런 소리를 하는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은 스펙쌓기의 과정안에서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이루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UKPLUs를 통해 출국하고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스펙쌓기”보다 더 큰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스펙경쟁은 사람을 피곤하고 경쟁으로 내몰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영국생활은 지금까지의 “무차별적인 경쟁”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펙4

엊그제 한, 소위 “UCLer” (UCL이라는 콧대높은 대학에 다니는 사람)와 나눈 얘기에서도 나왔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어찌보면 한국에서 낯선 풍경이 정당하게 인식되는 사회에서 살아보는 경험, 정치인이 거짓말을 한 것때문에 정치인생을 끝내야하는 나라를 보는 경험, 크리스마스에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선물을 나누며, 집집마다 삼상오오 모여 조그마한 파티를 하면서 친목을 다져보는 경험 등은 단지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오는 것 이상의 충격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전세계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기로 “일등”인 국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에서 피로감을 느끼며, 별로 행복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요.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덜가진 사람은 덜가진 사람대로 어려움을 현실에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은, 스펙쌓기와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사회의 구조가 무언가 잘못된 것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만일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자세가 될 것이고, 그 변화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영국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스펙5

<역시 아무 상관없는 구글의 대문. 글을 이런걸 써서 그런가요? 두 사람이 담을 함께 칠하고 쉬는 모습이 작은 공동체의 협력 등을 얘기하는 것같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