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묻는 질문들 FAQ

한국인이 문제라구요?

2009.12.12 21:43

영국교육진흥원 조회 수:195870

나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동질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유는 제가 아니라 사회학자들이나 인류학자들이 밝혀야 하겠지만, 단견에 이러한 모습은
어려서부터 "한민족" "우리"라는 개념속의 "폐쇄적인 동아리의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한국인들이 다른 한국인들과의 관계는 상당한 도움과 간섭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는 거의 "무한한 도움"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제넘는 "간섭"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국내에서의 동아리의식이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으로 나타나는 반면, 외국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인들은, 보다 큰 의미에서의 덩어리로 인식하게 되어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아리를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이나 연수, 혹은 유학 이민 등의 모습으로 나가있는
한국인의 거개가 비슷하겠죠.

생전 처음(-아닌 분들도 계시겠지만) 외국땅을 밟아보는 입장에서의 당혹감과 두려움은 일면
당연한 것이고 필수적으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 점에서 타지에서의 한국인들의
관심은 직접적인 도움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구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태도에 대해서 지나친
경계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한번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다시 그 도움을 "반 의무적으로" 요청받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 도움이라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 도움이라는 것의 내용도 자신이 "정말 필요하지만 나 스스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 "편리"의 수준이거나 어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필요비용"(혹은 리스크)라면 말입니다.
더 극적인 것은 도움의 필요를 "나"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다른 사람"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어학연수를 단순히 언어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않고 보다 폭넓은 문화의 탐색과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당연히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실수해서 버스에서
울어보기도 하고, 말 안통하는 사람들에게 손짓발짓으로 대화도 해보고, 점원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억울함을 느낄 때도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단시간의 금전적인 손해야 있을 수 있겠지
만 그것이야 말로 생활에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어학연수의 내용으로 보아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학적으로 모국어의 간섭이라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내 모국어가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장애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단순히 어려움을 겪게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 모국어가 들리는 상황에서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
필요성 자체를 소거시키는 작용"뿐만 아니라, "필사적으로 내 모국어를 찾아내려는" 적극적인
반작용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닌 것이죠.

따라서 언어연수를 떠나는 마당에 한국인들과 생활을 하고, 한국인들과 교회를 다니며, 한국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다는 설정은 한국땅에서 하루에 서너시간 정도 외국어 학원에 다니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생활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모든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한국인의 정보수집 능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수집
능력이라는 것이 인터넷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거의다라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가 아닌 경우 한국인의 정보수집능력은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교육적 여건 속에서 당연하게 길러져온 것이라고 보셔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학교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있고, 지역도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면 거기에는 한국인들이
많을 것입니다. 왜냐면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라면 얘기가
판연하게 달라집니다. 왜냐면 많은 분들이 새로운 정보의 탐색을 원하시면서도 기존의 정보 속에서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Great Yarmet에 계시는 분이 글을 올리시지만 그 곳에 가시는 분이
또 나오시려면 아마도 1년은 걸릴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영국 중부의 어느 도시를 추천하였을 때
제가 그 도시의 사진과 동영상, 학교 정보까지 완전히 공개하였음에도 처음 학생이 도착하는데까지
9개월이 걸렸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은 한국인이 많습니다. 이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반면 알려지지 않은 곳은 한국인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떤 면에서는
"나쁜 곳은 없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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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실수할 가능성과 맞서는 것을 말한다. 체면이 깎일 가능성과
맞서는 것을 말한다. 헤엄치기를 배운다는 것은 가볍게는 코에 물이 들어가고 귀에 물이 들어갈
가능성, 무겁게는 익사할 가능성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말한다.

그럴 가능성을 직면하지 않고는 결코 헤엄치기를 배울 수 없다.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면 좋겠지. 완벽한 무대경험이 될 테니까.
그러나 불완전한 무대경험은 완벽한 준비보다 훨씬 귀할 때가,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아주 많다.

한번 해보자.

-이윤기, [나비넥타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