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잘 맞는 영어발음은?

한국인에게 잘 맞는 영어발음은 무엇인가요?
영국영어가 좋긴 한데, 한국 사람에게는 미국식 영어가 더 맞지 않나요?

한국인에게 잘 맞는 영어발음은?

너무 자주 나오는 물음이지만 항상 복잡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발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예 틀린 말도 아니지만, 단순히 “영국영어는 발음을 다 하고, 미국영어는 굴린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도 제법 계시죠.

한국인에게는 미국식 영어보다 영국식이 더 어렵다는 분도 분명 계시기는 합니다. 발음이라는 것이 워낙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모음을 기준으로 본다면 영국식 영어가 분명 미국식 영어보다 쉽게 느껴지시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F1_모음 삼각도

발음은 자음과 모음으로 나뉘어지지만, 발성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모음이지요. 때문에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한번쯤은 보셨을 법한 “모음 삼각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른쪽, 왼쪽 바깥쪽 라인을 따라서, 그리고, 가운데에 “ㅡ” 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모음이지만 이중모음스러운 “ㅟ”와 “ㅚ”를 제외하면 좀더 명확하게 “ㅡ”를 중심으로 좌우변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구요.

하지만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발성 위치간의 거리가 비슷하고 일정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성 위치간 거리와 위치가 일정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데요, 그 중에서도 발음공간을 줄여서 발음을 하거나, 특정 부위쪽으로 이동을 시켜도 듣는 사람이 알아듣기 쉽다는 특징을 갖게 되지요. 즉, 입을 크게 벌리지 않는다거나, 후음을 줄여서 가볍게, 혹은 두껍게 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혹은 그 결과 말이 아주 빨라지게 되더라도 비교적 알아듣기 쉽게 됩니다.

그럼 영어는 어떨까요?

F2_영어 발음기호표

어려서 영어를 접하신 분들께는 아마 익숙하실 수도 있는 영어 발음 기호표입니다. 사각형으로된 도표안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는 한데 따로 느낌이 오진 않는데요, 우리나라 말이 아니라서 일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간의 발음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처럼 “아”, “어”, “오”, “우”, “으”, “이”로 정확하게 대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론, 모든 언어의 발음이 한국식으로 바뀔 수 있다거나, 한국어 발음처럼 되어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한 한국어 발음을 기준으로 한다면 영어 모음의 기호표 위에 다음과 같이 표기해볼 수 있습니다.

F3_영어발음_한국발음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영어 모음 발음기호들은 한국어 모음들과 그 영역이 어느 정도 중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중 특히 중요한 것은, 영어 모음의 발음이 목구멍소리 (후음)쪽에 발음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한국어 모음의 경우, 몇 가지 기본 발음의 발성위치가 서로간 어느 정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입을 작게 하거나, 특정 부위에서 발음을 치중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적다고 했는데, 같은 방식으로 영어발음을 하게 되면 특히 후음(목구멍 소리) 영역에서 발성영역이 서로 침범하거나 중첩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영어발음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항상 생각하셔야 하는 것은, “천천히” “입을 크게 벌려서” 발음을 해야한다는 것이고, 사실 한국어와 영어발음의 근본적 차이라기 보다는 구강구조 (발성기관)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게 됩니다.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의 차이

한국어와 차이를 생각하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영어안에서도 발음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소위 “정통 영어”라고 소개되는 RP (Received Pronunciation)을 비롯해, 이스트 런더너 (East Ender)의 영어로 불리는 코크니 악센트 (Cockney)를 비롯해 요크셔 (Yorkshire), 버밍엄 (Brummie), 스카우즈 (Scouse), 조디 (Geordie), 심지어 민족 구성원에서도 차이가 있는 웨일즈 (Whlsh), 스코틀랜드 (Scottish), 아일랜드 (Irish) 악센트 등이 특히 많이 알려진 방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양을 건너 시간적 공간적으로 더 멀어진 미국식 (American/AE), 호주식 (Australian/AuE), 캐나다식 (Canadian/CanE) 영어 발음도 차이가 있구요, 다시 미국식 영어 안에서도 다시 북중부, 서부, 중부, 남부처럼 혹은 다시 좀더 작은 구분으로 NYC, ENE, WPA, California, Texan, New Orleans, WINE 등의 발음이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때 소위 표준 영어라고 불리는 RP는 다소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RP는 “자연스러움”을 기본으로 하는 지역 방언의 특징과 달리 오랜 관습으로 굳어져 하나의 “계층의 표지”로 인식된, 일종의 “의도된 발음”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때문에 RP는 흔히 표준영어 (Standard English) 혹은 옥스포드 영어 (Oxford English)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지역적 색채는 옅은 편이고, 어느 특정 지역의 발음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언어” (단순히 발음만이 아니라)라는 특징을 같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소위 왕실과 여왕 주로 쓴다는 퀸즈 잉글리쉬 (Queen’s English)는 언어를 하나의 계층적 표지로 인식했던 영어의 관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층적 표지로서가 아니라, 지역적 차이에 의한 방언이나 다른 발음들도 존재하지요.

F4_3_AE_BrE_모음사각도 (통합)

위에 있는 그림은 영국식 영어 (BrE/RP)와 미국식 영어 (AE)의 모음 발성위치에 관련된 것입니다. 각각 영국과 미국의 표준발음이라고 불리는 RP와 동부 영어발음을 기준으로 비교한 자료로, 전체적으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발음의 위치가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주목할 점은 위에서 본 한국어 발음의 경우와 달리 발음이 만들어지는 간격과 위치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으로, <그림3>에서 본 것처럼 구강구조를 활용하는 방식 (발성위치)가 특정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좀더 배우기 쉬운 발음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끝난다면 사실 굳이 서로 다른 것을 구별해볼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의 하나로 “영어발음을 잘하기 위한 방법” 혹은 “어떤 영어발음이 더 쉽게 배울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모음외에도 자음이 있고, 모음만으로 볼 때 한국어와 영어의 발성위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좀더 형태적인 유사성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영국식 영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고모음 (입 윗부분) 위치에서 볼 때, BrE (영국식 영어)가 입천장 전체 (전설, 중설, 후설 모음)을 고르게 쓰기 때문이지요. 아무래도 사람의 구강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고모음을 전체적으로 쓰는 것만 비슷해도 전체적인 사용 범위가 비슷해지게 됩니다. 즉, 영국식 영어든 미국식 영어든 후음 (저모음/목구멍소리)은 여전히 구별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영국식 영어에서는 모음을 발음하기 위한 전체적인 입속 환경의 사용 범위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좀더 우리식으로 (한국식 발음과 유사하게) 발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미국식 모음 발음위치는 구강구조 앞부분에서 혀나 치아의 활용방법에 좀더 민감하게 변화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조적인 유사성을 보이는 영국식 영어발음이 좀더 구조적으로는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5_KR_모음사각도

<그림5>는 한국어 모음 사각도입니다. 영어를 비롯해 다른 나라 발음 지도를 대개 사각형으로 표기하는 데 비해, 한국어 모음 지도를 주로 삼각형으로 그리는 것은 그만큼 한국어 모음의 발음이 구조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모음 발음은 구강 구조가운데 특정 부분에 발음을 집중시키지 않고, 특히 구조적으로 좁은 목구멍 부분 (후음)에서의 민감하게 변화시키지 않음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간혹 이중모음이냐 아니냐의 이론이 있는 “의”와 “외”를 제외하면 극단적으로 구강구조의 앞뒤/위아래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덕분에 한국어 모음은 그 어느 발음보다 서로간 분명하고 정확하게 구분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어 모음은 구강구조 전체를 크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으며, 마치 위치를 먼저 정하고 발음을 만든 것처럼, 개별 모음의 발음위치가 서로 적당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개개인의 언어사용자는 비교적 자유롭게 모음 발음 위치를 이동시키거나, 입을 크게 벌리지 않은 상태로도 쉽게 발음할 수도 있으나, 이로 인해 구강구조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언어의 발음에서는 다소간 혼란이 있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한국어 모음의 발음 위치는 대부분의 다른 언어에서의 발음 위치를 포함하는 영역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특별히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와 비교해볼 경우, 영국식 영어발음이 좀더 한국어 모음 발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어 사용자라면, 연습을 통해 영어의 모음 발음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고, 영어 중에서는 영국식 영어가 한국인에게 좀더 배우기 수월한 언어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