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저는 종교가 다른데요?

[조기유학] 저는 종교가 다른데요?

현대 영국에서 “국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영국은 신교와 구교가 혼재되어 있고, 여전히 사회안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흔히 영국 국교회라고 말해지는 성공회 (Anglian Church)는 헨리8세가 자신의 재혼에 반대하는 가톨릭에 반기를 들며 만든 것으로, 가톨릭에 반하기 때문에 “신교”(개신교)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제식 등에 있어 “구교”(가톨릭)에 가깝다고도 하지요. 여기에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던 가톨릭과, 점차 힘을 키워오다 전쟁까지 불사했던 개신교까지.. 어떤 면에서 사회안에서의 주도적인 영향력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라고는 하더라도, 사회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종교적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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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의 공식 명칭은 Independent School (인디펜던트 스쿨)이지만, 영국에선 흔히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이라고 불립니다. 사립학교가 만들어질 당시, 귀족이나 왕실의 가정교사 제도를 비판하고, 자신들의 “리그”를 만들고자 했던 전문가계층, 지주계층이 자신들을 “공공”(Public)이라고 여기면서 생겨난 말이라고 하죠.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면서도 기존에 유지되던 학교 시스템 (아카데미아)을 근간으로 설립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성당이나 교회 등에 소속된 사립학교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나저나, 과거는 과거라고 치더라도 영국 사립학교들을 다니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학교안에는 채플 (교회)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영국 사립학교를 생각하면서 “종교”의 불리함 혹은 부당한 대우가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도 제법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대부분의 학교가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의무적으로 채플을 열고 있기 때문에 개신교 교회에 다니는 학생이나 불교도인 학생이 정통 가톨릭 혹은 영국 성공회 교회 재단의 학교를 다니게 되면 신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는 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채플은 진정한 종교적인 의식행사라기 보다는 전통에 대한 존중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교황이 방문하기도 하는 “정통” 가톨릭 학교의 경우에도 “우리의 종교는 모든 것”이란 전시관을 운영할 정도의 포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 하기는 하지만 점차 종교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사회와 반대로, 사립학교에 보내는 부모님들은 종교관이 강한 (그렇다고 배타적이지 않은) 학교에 좀더 우호적인 편인데요, 이유는 종교활동 자체가 특정 종교에 대한 공격적인 포교가 아닌, 학생 스스로의 각성과 자아실현, 정신수양, 전통과 역사, 음악을 비롯한 종교적 색채의 예술적 구현 등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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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백년도 오래된 건물들 안에서 전통과 예절이란 덕목을 배우는 사립학교의 다른 면과 마찬가지로, 종교와 관련된 수업 역시 대부분의 경우는 인격수양과 타문화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존중, 음악과 미술 등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연장선안에서 다뤄지고 있어, 설령 학교 재단의 종교가 현재의 내 종교관과 다르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을 염려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